같은 반도체 ETF인데 누구는 170% 수익을 냈다는데 제 계좌는 고작 한 자릿수라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아닐까 싶으시죠? 저도 처음엔 “반도체 ETF 여러 개 들고 있으니까 분산은 됐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뜯어보고 나서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름만 다를 뿐 속은 거의 같았거든요. 오늘은 그 수익률 격차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구성을 바꾸면 좋을지 경험을 토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이름은 달라도 속은 같다, 종목 구성의 함정
국내에 상장된 반도체 ETF를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뉩니다.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같은 미국 대형 팹리스·파운드리 중심의 상품이 있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국내 메모리 중심의 상품이 있습니다.
여기서 팹리스(Fabless)란 반도체 설계만 담당하고 직접 생산은 하지 않는 기업 구조를 말합니다. 엔비디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반면 파운드리(Foundry)는 설계 없이 위탁 생산만 전담하는 방식으로, TSMC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엔비디아와 TSMC가 현재 상장된 반도체 ETF 대부분에 공통으로 편입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봤더니, 6개 상품 중 5개에 이 두 종목이 동시에 들어 있었습니다. ETF를 세 개 샀다고 분산이 되는 게 아니라, 결국 한 회사 주가에 계좌 전체가 연동되는 집중 투자 상태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름에 “글로벌”, “탑3”, “AI핵심” 같은 수식어가 붙어 있으면 뭔가 다를 것 같지만, 실제 편입 종목을 열어보면 상위 두세 개 종목 비중이 전체의 40~6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코덱스 미국 AI 반도체 탑 3플러스처럼 상위 3사에 60%를 집중하는 구조는 사실상 개별 종목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 분산이 됐는지 확인하려면 ETF 이름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봐야 합니다. 연산 엔진 쪽이냐, 메모리 인프라 쪽이냐, 아니면 소재·부품·장비 밸류체인이냐, 이 구분이 수익률을 가릅니다.
170% vs 한 자릿수, 수익률 격차의 진짜 원인
최근 7개월간 반도체 ETF 수익률을 보면 플러스 글로벌 HBM 반도체가 약 170%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상품들은 한 자릿수에서 수십 퍼센트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운이 아니라 어느 밸류체인에 집중했느냐에서 갈렸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란 메모리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연결한 구조로, 기존 메모리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수십 배 빠릅니다. AI 모델이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때 GPU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이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데, HBM이 바로 이 병목을 해소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SK하이닉스가 현재 HBM 시장에서 약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플러스 글로벌 HBM 반도체가 이 시기에 앞서간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ETF들이 연산 엔진인 GPU 쪽에 집중할 때, 이 상품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인프라에 올인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같은 기간에 반도체 ETF 내에서도 종목 구성별로 성과가 엇갈렸는데, 제가 확인한 흥미로운 포인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빅2 비중이 낮을수록 오히려 최근 단기 수익률이 양호했다는 점입니다. 타이거 AI 반도체 핵심 공정처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심으로 편입된 상품은 빅2 비중이 거의 없었는데, 이 시기에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소부장이란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자재와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군을 가리킵니다. 한미반도체처럼 HBM 적층 공정에 쓰이는 본딩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삼성이나 하이닉스보다 시가총액이 훨씬 작지만, AI 인프라 수요가 늘어날수록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형주가 흔들릴 때 소부장이 함께 폭락하지 않는다면, 그건 이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포트폴리오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 전략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구성을 바꾸면 좋을까요? 제가 참고한 전략의 핵심은 코어-위성(Core-Satellite) 방식입니다. 코어-위성 전략이란 포트폴리오를 두 파트로 나눠 운용하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전체 자산의 70%는 안정적인 대형 인덱스형 상품으로 채우고, 나머지 30%는 모멘텀이 강한 테마형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코어(70%): KODEX 미국반도체 또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처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를 추종하는 상품. 30개 안팎의 종목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위성(30%): HBM 밸류체인이나 소부장 중심 상품. 사이클 수혜가 집중되는 구간에서 수익률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 확인 사항: 편입 종목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 상위 3개 종목 합산 비중, 미국 대형주 중복 여부를 반드시 체크합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거시 변수가 있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의 방향은 D램 현물 가격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수출은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세를 보였으며, 2025년 들어서도 월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D램 가격이 꺾이는 시점이 사이클 전환의 선행 지표가 되는 만큼, 이 수치는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밸런싱(Rebalancing) 역시 중요합니다. 리밸런싱이란 자산 배분 비율이 목표치에서 벗어날 때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위성 자산이 큰 폭으로 오르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으므로, 분기에 한 번 정도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한국거래소(KRX) ETF 종합 포털에서 편입 종목 비중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수익률 격차를 보고 뒤늦게 HBM 상품을 추격 매수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미 크게 오른 구간에서 한꺼번에 진입하면 단기 조정에 심리적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분할 매수로 진입 단가를 평균화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수익률 차이를 만드는 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샀느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에 제대로 분산했느냐입니다. 지금이라도 보유 ETF의 상위 5개 종목과 비중을 한번 열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름만 다른 같은 주식을 반복해서 담고 있었다면, 그 자체가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출발점이 됩니다. 데이터가 어디서 막히는지를 보면 다음 수혜 구간도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youtu.be/TeHpBaKYre8